[경북일보],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대법원 무죄 선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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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8-15 22:29 조회3,18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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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승인 2022년 08월 10일 16시 31분 지면게재일 2022년 08월 11일 목요일
정채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지난 7월 28일, 대법원은 2020년 2월 신천지 대구교회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교회 관계자 8인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당시 대구광역시는 진단검사 및 격리 등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신천지 대구교회의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하였고, 이에 수차례에 걸쳐 교인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100여 명의 교인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바 있다.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이 위반 혐의를 적용한 해당 법률 중 하나는 바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는 질병관리청장과 시·도지사 등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의 근거 조항(제1항)을 마련함과 동시에,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거나, 거짓 진술 혹은 거짓 자료의 제출이 이루어지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제3항),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동법 제79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은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의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판단의 법리적 근거는 신천지 교인의 명단 제출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역학조사를 방해한 구체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교인 명단에 대한 제출 요구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의 사전 단계로서 행하는 자료수집 등 준비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법적 근거가 없으며, 나아가 피고인들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법 판단이 이루어진 데 있어 고려된 몇 가지 배경적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역학조사를 비롯해, 감염병예방법상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과 같은 행정기관이 행사할 수 있는 강제 조치 및 권한은 상당히 강력하고 대단히 포괄적이다. 이는 물론 개별 구체적인 상황에 적절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재량 판단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기 위함일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방역 정책이 국민의 법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수립·집행될 가능성 역시 크다고 할 수 있으며, 대법원의 무죄 판단은 이를 견제·제한하기 위한 사법적 결정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신천지 교회를 대상으로 당시 이루어졌던 행정기관의 방역 조치는 특정 소수 종교에 대한 대중의 편견 및 선입견, 그리고 혐오를 배후에 두고 추진된 것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은 전염병의 발생·확산에 대해 모종의 책임을 질 희생양 찾기와 사회적 낙인으로 연장되곤 한다.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확진된 이른바 ‘31번 환자’는 신천지 대구교회의 교인이자 코로나19의 1차 유행을 초래한 ‘슈퍼전파자’로 지목되었다. 이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가 촉발한 혐오의 시선은 신천지와 대구로 향했다. 이러한 상황적 맥락에서 감염병 통제를 위한 일련의 조치는 종교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균형 있게 고려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렇듯 팬데믹 상황에서 혐오 및 차별에 취약할 수 있는 개인 및 집단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은 때로 정부의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천지예수교 총회본부는 대법원의 무죄 판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정부의 방역 지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신천지 교회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하였다.
물론 이러한 무죄 판단에 대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도록 하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역학조사를 위해 교인 명단과 같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동일·유사한 상황에서, 방역 조치에 협조하지 않아도 법률 위반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상자들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을 충실히 고려하여, 추후 감염병예방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의 정비를 통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조치의 강화와 익명 검사의 확대실시 등 대상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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